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0년 만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과도한 차입으로 인한 이자비용에다 온라인 위주로 재편된 시장 상황 대응에 실패해 재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유동성이 악화된 데 따른 조치다.
4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이날 0시 3분 회생절차 신청서를 제출한 지 11시간 만에 개시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신청 당일 회생 개시 결정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법원은 ‘사업 계속을 위한 포괄 허가 결정’도 함께 발령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익스프레스·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별도의 관리인도 선임하지 않아 기존 대표와 임원진이 그대로 경영한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은 지난달 28일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내린 데서 촉발됐다. 이로 인해 자금 관련 이슈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이날 홈플러스의 회생 개시가 결정된 후 신용등급을 ‘D’로 재차 하향 조정했다.
유통 업계와 홈플러스 노조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회사의 경영난이 심화됐다고 지적한다. MBK가 신규 투자는커녕 알짜 부동산을 팔아 인수 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비용으로 뽑아갔다는 것이다. 채용도 대폭 줄여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가장 최근 실적인 2023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기준 홈플러스는 영업손실이 1994억 원으로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단기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으며 납품 업체와 협의해 대금을 한두 달 뒤에 정산해주면서 지연이자를 주는 방안을 써왔다. 당장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5월께 자금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1만 9500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은 물론 물건을 납품해온 약 3000개의 협력 업체와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고정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심각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회생 과정에서 매장 폐점, 자산 매각, 대량 해고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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