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절하)하면서 달러로 표시한 국민 소득이 3만 달러 중반대에 머물렀다. 2014년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한 1인당 GNI는 11년 간 4만 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 6624달러로 전년(3만 6194달러)보다 1.2% 늘었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총인구로 나눈 수치다. 지난해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4.3% 하락한 탓에 2023년 증가 폭(2.7%)보다 줄었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14년 3만 798달러를 기록하면서 처음 3만 달러 고지를 밟았다. 이후 2021년 3만 7898달러로 정점을 찍었지만 2022년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에 3만 5000달러로 주저앉았다. 이후 2023년과 지난해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3만 600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인구 5000만 명 이상 주요 국가 중 1인당 GNI가 한국보다 큰 국가는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5개 국가뿐이다. 2023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도 한국이 일본·대만보다도 많을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1인당 GNI 4만 달러 진입 시점과 관련해서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2027년 4만 10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후 환율 변동성이 커진 사실 등을 고려하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 잠정치는 1월 공개된 속보치와 같은 0.1%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로 변함이 없었다.
올 1분기도 0.2% 성장률이 예상되면서 경기 둔화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1.5%로 예상하면서 1분기는 전기 대비 0.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4개 분기 연속 0.2% 이하 성장은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1~2월 통관 수출 자료나 최근 신용카드 이용 실적을 보면 전체적으로 부진하다”며 “(한은) 조사국이 전망한 올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해 말 기업들이 밀어내기 수출을 많이 해 올 1분기 0.2%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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