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30년물 국채금리가 일본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장기물로 분류되는 30년물은 시장 지표 채권은 아니지만 저성장·저금리의 대표 국가인 일본이 한국보다 금리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역내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채권 시장에서 일본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2.574%를 기록해 한국 국고채 30년물 금리(2.563%)를 뛰어넘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도 일본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2.6%로 한국 30년물(2.596%)보다 높았다. 최근 들어 일본 국고채 10년물도 1.575%까지 올라 16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일본 국채금리가 뛰고 있다.
이는 일본은행(BOJ)이 물가 상승을 우려해 전 세계 중앙은행과 반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1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렸으며 이달에도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2027년 상반기에 1.5%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경기 지표가 양호한 점도 일본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발표된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환산으로 2.2%다.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2.8%)보다는 하향 조정됐지만 시장 예상치(1.0%)는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경기가 좋다고 예상되면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 장기물 국채금리는 상승한다.
반면 한국 국고채 30년물은 국내 경기 하강 전망이 잇따라 나오는 데다 보험사들의 매입 수요가 이어지면서 되레 최근 한 달 사이 금리가 0.15%포인트가량 하락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금리 인하기에 부채 평가액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 채권을 주로 매입한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수석은 “일본과 한국의 경기 전망이 엇갈리면서 장기물 국채금리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초장기 국채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국채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이 더 이상 ‘제로(0)금리’ 국가가 아니라고 인식돼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 유인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뛰는 동안 최근 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1.5~1.7%까지 떨어져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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