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금리 인상보다 성장률 상향조정에 더 무게중심을 싣고 있다. ‘금리 인상기=증시에 부정적 영향’이라는 투자 공식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상보다 빠르게 4, 5차례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린다면 증시는 박스권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시장은 미국과 한국에서 잇따라 켜진 금리 인상 신호는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증시에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양국 모두 개선된 경제지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이미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30개 이상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3·4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개선이 확인되면 증시의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기대치에 못 미치면 조정기가 올 것”이라면서도 “워낙 미국 경기와 국내 수출주들의 실적이 좋아 조정도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3·4분기 코스피 상장사 전체의 기업 이익 추정치를 약 4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로 전망했다.
그렇다고 마냥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다. 과거 2011년 기준금리가 3.25%까지 오른 후 코스피지수는 2,063에서 1,64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이 앞으로 4·5번 정도 이뤄진 후에는 증시가 본격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과 미국 모두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 센터장은 “대체로 기준금리가 시장 금리를 넘어서는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9년 가까이 미국 주가를 끌어올린 양적완화와 저금리가 올해 말부터 정리되면서 나타나는 파급 효과를 쉽게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금리 인상기 주식시장 투자전략으로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이 탄탄한 업종·종목에 분산투자할 것을 권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하드웨어, 은행·생명보험, 정유·화학, 기계업종 등을 주목할 업종으로 꼽았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3·4분기 실적은 IT 업종을 중심으로 좋은 수치가 예상되지만 4·4분기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지수 상승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며 “4·4분기, 2018년까지도 실적 전망이 안정적인 반도체·은행·화학·에너지 업종을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하라”고 귀띔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보다 강력해진 신호에도 금융주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증시에서 신한지주가 전일보다 0.2% 올랐고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는 오히려 0.35%, 0.21%씩 떨어졌다. 삼성생명이 3.23% 상승했지만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올라가면서 삼성생명 주가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보인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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