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은 다시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을 맞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기는 하지만 승계 작업을 돕기 위해 부정 청탁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자금을 횡령해 뇌물로 제공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지급한 뇌물 액수를 86억 8,000여만 원으로 인정했다. 앞서 1심은 뇌물 액수를 89억 원으로 판단해 징역 5년, 2심은 36억 원만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은 86억 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법원 "삼성 준법위, 실효성 기준 충족 못해" |
당초 재판부는 ‘준법위의 실효성 여부를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감경 사유로 반영하지 않았다. 반면 청탁, 뇌물 공여 등 주요 혐의가 인정되면서 이 부회장은 결국 35개월 만에 다시 법정구속됐다.
준법위에 대해 재판부는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삼성그룹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 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고 준법위와 협약을 맺은 7개 회사 이외의 회사들에서 발생할 위법행위 감시 체계가 확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 준법위는 일상적인 준법 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위법행위 유형에 대한 준법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행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하는 활동까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준법위 활동을 평가하기 위해 3명의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해 활동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법정에서 공개한 바 있다.
대통령 요구 거절 어려움 등 감경 사유 작용 |
하지만 재판부가 이 부회장이 횡령으로 인정된 금액 전부를 반환한 점,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절반 수준인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이 초범인 데다 최후진술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감경 사유로 작용했다.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작량해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형법 53조(작량감경)에 따라 형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에 대해 특가법에 따른 최저 형량인 5년을 크게 밑도는 2년 6개월이 선고된 것은 작량감경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정상을 참작한 사유가 있을 때 자주 사용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같은 국정 농단 사건이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 부회장 사이 선고 형량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뇌물 공여에 대한 적극성 여부”라며 “롯데가 압박에 의해 출자금을 낸 데 반해 삼성 측이 최서원 씨에게 직접 접근했다는 점 등에서 한쪽은 집행유예, 다른 한쪽은 실형이 선고되는 등 형량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부회장이 이날 법정구속되면서 총수 공백과 리더십 부재로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4%를 차지하고 삼성그룹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 부회장은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데 일조했다”며 “구속 판결이 나와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삼성은 충격에 빠졌다. 재판부의 준법위 설립 요구 등을 충실히 따르며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삼성 측은 선고 결과에 침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희조·안현덕·변수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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