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 관할서인 용산경찰서 이외의 타 경찰서 지원은 사실상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기동 인력이 자정을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만큼 가까운 경찰서 인력으로라도 사고 수습을 위해 총력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영등포·종로·중부·서초·강서·강북경찰서 등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인근 경찰서 대부분은 참사 이후 사건 지원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한 지역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근 경찰서도 총력 대응에 나서야 했지만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원 여부를 묻는 서울경제의 질문에 “용산경찰서 사건을 왜 우리에게 물어보느냐”고 짜증을 냈다.
실제 사고를 수습해야 할 서울청 차원의 경비 인력은 자정을 넘겨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진행되면서 경비 병력이 분산된 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고려한다면 인근 경찰서 인력을 활용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됐지만 적극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각 경찰서에서 구급 인력·차량을 위한 교통 통제에 적극 나서지 않은 점도 문제다. 소방청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 투입된 구급 차량은 143대다. 서울에서 지원된 54대를 제외하고도 경기남부 24대, 경기북부 25대, 인천 10대, 강원 10대, 충북 10대, 충남 10대가 지원됐다. 사실상 구급 차량이 사방에서 현장으로 달려갔다는 의미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구급차들이 도로에서 한 시간을 허비하고 소방이 교통 통제를 요구한 후에야 교통 통제에 나섰다.
남대문·동작·성북경찰서 등 일부 경찰서는 간접 지원에 나섰다. 남대문경찰서는 사고 발생 이후 각 지역에서 들어오는 구급 인력·차량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교통을 통제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 위치한 동작경찰서는 당시 이태원에 집중된 용산경찰서 인력을 대신해 관할 구역 신고에 대응했다. 방배경찰서도 야간 근무자 및 교통 순찰차를 지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소방에 비해 경찰의 움직임이 더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황 발생 이후 경찰의 대처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상된다면 용산경찰서장을 중심으로 기동단 협조, 서울 내 경찰서 인력 지원 등의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며 “사전 대비도 못했지만 그 후 상황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도 놓쳤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상황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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