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이어 보험사도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한다. 가계대출 조절을 위한 대출 제한이 은행에 이어 전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날부터 수도권 주담대의 경우 기존 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택 구입 자금을 제한한다고 각 영업점에 통보했다.
특히 기존에 집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 새 집을 사는 즉시 기존 집을 처분하는 조건에 대한 대출도 막았다. 기존 은행들이 예외 조항을 뒀던 부분마저 제한을 걸었다. 아울러 원금을 일정 기간 뒤부터 갚는 거치형 대출 취급도 전면 중단했다.
삼성생명이 강력한 주담대 제한을 시행한 이유는 ‘풍선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이 최근 앞다퉈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고 한도를 줄이면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넘어올 수 있자 은행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허들을 높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수요자에게는 문을 열어두되 갭투자 등을 위한 대출 수요는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며 “은행에서 막힌 갭투자 대출 수요가 보험으로 넘어오면 주담대 취급액이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보험 업계는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유주택자 제한 조치는 은행에 이어 보험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 금융권이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결국 틈새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 주담대에 이어 개인신용대출에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적용해 소득에 따라 한도를 규제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 중”이라면서 “다만 신용대출이 추세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도입할 카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풍선효과 막아라…갭투자용 대출 차단 위한 선제 조치
국민·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 은행권에 이어 삼성생명이 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한 것은 ‘풍선 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막힌 대출을 제2금융권에서 보강해 갭투자 등에 나서려는 수요를 아예 입구에서부터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를 통한 집값 상승세 조정 의지가 워낙 강한 데다 풍선 효과가 생길 경우 대출 조이기 효과가 크게 반감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물론 캐피털 등 모든 금융권으로 유주택자 대출 제한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보험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주담대 제한에 대해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올 수 있어 선제적으로 허들을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주담대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해 리스크 있는 대출 신청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제한이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들로 조만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보험뿐 아니라 주담대를 취급하는 모든 금융기관이 이와 비슷한 실수요자 중심 대출 운영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기존 은행권도 추가 대출 제한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6일부터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소재 주택 구입 자금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농협은행은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 중 하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다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소재 생활안정자금 대출도 1억 원으로 제한한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집주인의 명의가 바뀐다는 조건으로 내주는 전세대출이다. 갭 투자자가 잔금일과 세입자의 대출 실행일을 같은 날로 맞춰 그날 받은 전세금으로 매매 잔금을 충당할 때 쓰여 갭투자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활용된다. 농협은행은 갭투자 수요 억제를 위해 모기지 보험도 제한할 예정이다. 6월 26일부터 대면 주담대에 한해 중단했던 MCI의 경우 비대면 주담대까지 중단 조치를 확대하고 MCG는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다만 주택도시기금(디딤돌) 대출 및 집단(잔금)대출은 조치 대상에서 제외한다.
앞서 농협은행은 6월부터 다른 은행으로부터 갈아타는 대면 주담대를 제한한 바 있다. 8월부터는 대출 모집법인 접수 한도 관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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