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서 인공지능(AI)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으면서 관련 인재 확보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네이버·카카오(035720) 등 플랫폼 기업 뿐 아니라 게임사들까지 AI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게임 개발 비용이 수천억 원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AI로 개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데다 ‘AI 비플레이캐릭터(NPC)’의 주목도 또한 높아지면서 활용 범위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5일 IT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신입 공개 채용을 시작한 네이버는 테크 직군에 머신러닝(ML) 등을 통해 이용자의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것을 주요 요건으로 명시했다. 플랫폼 기업 외에도 대표적 게임 기업 중 하나인 크래프톤(259960) 역시 최근 진행 중인 공개 채용을 통해 AI 인재를 집중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5월 이미 두 자릿수 규모의 AI·소프트웨어(SW) 직군 신입 채용을 진행하고 같은 해 10월 거대언어모델(LLM) 등 AI 연구개발(R&D) 채용에 나선 바 있다. 여기에 약 5개월 만에 다시 AI 경쟁력 확보에 나선 셈이다. 이 외에도 NHN(181710)이 게임에 접목할 수 있는 새로운 AI 모델 개발을 위해 게임AI팀 채용을 진행 중이다. 컴투스(078340), 네오위즈(095660), 그라비티 등도 AI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최근 IT·게임 업계에서는 경력이 있어도 AI 역량이 부족하면 채용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원티드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경력 개발 직군에서 AI 역량을 요구한 공고 비중은 51.6%를 기록했다. 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직무 요건으로 AI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전년 동기(42.4%)와 비교해 9.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해당 수치가 50%를 넘긴 것은 최근 3년 내 처음이다. 임금에도 차이가 난다. AI 역량을 갖춘 개발자(7634만 원)는 그렇지 않은 개발자(7567만 원) 대비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게임 업계에서 AI 인재 찾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최근 게임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AI를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 가장 큰 비용인 인건비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새로운 재미까지 끌어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AI NPC다. AI NPC는 기존 NPC와는 달리 이용자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답변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 많은 게임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함께 AI NPC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넥슨, 넷마블(251270) 등도 AI NPC를 고도화해 게임에 접목시킬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인터넷 기업들 뿐만 아니라 게임사들까지 본격적인 AI 인재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향후 AI 인재를 영입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몇 기업들은 기존 임직원들의 AI 역량 업그레이드를 위해 다양한 AI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 유출되는 AI 인재도 상당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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