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촉발된 노동계의 ‘동투(冬鬪)’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민주노총이 6일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현대제철 등 쟁의권을 이미 확보한 대형 사업장의 노조들이 파업 대신 사측과의 교섭에 집중하면서 파업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정치 파업으로 변질된 화물연대의 파업도 화물기사들 중 상당수가 정부 업무개시명령을 받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파업 대열에서 이탈하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이 6일 예고한 ‘전국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는 전국 15곳에서 동시 개최된다. 이번 총파업과 총력투쟁대회는 지난 주말 전국노동자대회에 이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고 화물연대 총파업을 지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말 그대로 민주노총 산하 조직을 총동원해 전국의 산업 현장에서 일시에 파업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동조 파업을 선언한 전국건설노조, 정부 찬반 투표를 진행한 전국공무원노조 등이 참여한다. 올해 노동계 ‘동투’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공언대로 총파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난주 지하철·철도 등 공공 부문 노조가 사측과 임단협을 타결한 데 이어 대우조선·현대제철·현대중공업 등 금속노조 산하 주력 부대들도 파업 참여 대신 사측과 교섭을 통해 실리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특히 이들 대형 사업장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고도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소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사실상 등을 돌리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부터 부분파업을 벌였던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사측과 본교섭에 돌입하면서 총파업에 소수 인원만 참여시키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0월 6일부터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면서 집행부를 중심으로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4시간, 28일 7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노조가 사장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노사 갈등이 극에 달했던 현대제철도 최근 본교섭과 실무교섭을 병행하면서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혀나가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4일 62일째 이어온 게릴라 파업을 중단하고 사측과 교섭을 시작했다. 현대체철 노조는 6일 파업엔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어렵게 노사가 다시 협상장에 나온 만큼 파업보다는 큰 틀에선 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타결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6일 부분파업을 예고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5일 오후 2시부터 사측과 본교섭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주말에도 비공개 실무교섭을 벌이면서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실무교섭에 이어 본교섭이 열린다는 것은 양측이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뤘다는 것”이라며 “형님 격인 현대중공업 노사가 임단협에 합의하면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다른 사업장도 일괄 타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총력투쟁대회는 이미 지난주부터 동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시민의 발을 묶는다는 비판에도 6년 만에 강행했던 파업을 단 하루 만에 철회했고 전국철도노조는 파업 직전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의 투쟁과 파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탈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법과 원칙대로 민주노총의 정치 파업에 강경 대응한 것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민주노총과 화물연대에 총파업 철회를 다시 촉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화물연대는 정당성과 명분 없는 운송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며 “민주노총의 투쟁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국민적 지지와 신뢰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민주노총은 투쟁 계획을 철회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가 추산한 집단 운송 거부 집회 참가 인원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일 참가 인원은 3700명으로 전주 대비 26%, 4일 참가 인원은 2500명으로 전주 대비 36% 줄었다. 정부가 5일부터 업무개시명령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2차 현장 조사를 시작하면서 집단 운송 거부에서 이탈하는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명령을 받은 화물기사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1차 행정처분(30일 이하 운행 정지) 대상이 된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미복귀 화물기사에 대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조치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내리고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며 “잘못된 주소지 등으로 명령서가 반송되면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화물기사는 총 455명이다. 업무개시명령서를 우편으로 수령한 191명과 문자로 받은 264명이 대상이다. 이들의 업무 복귀 시한은 4일 자정에 종료됐기 때문에 이날부터 운송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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