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창구로 청약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미래에셋증권(006800)) “전산 장애 등 사고 방지 준비를 하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신영증권(001720))
올 코스피 기업공개(IPO) 시장의 첫 번째 ‘대어’인 두산로보틱스가 공모주 청약 전부터 일반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청약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중앙은행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글로벌 큰손들이 대거 참여한 데다 공모가가 낮게 책정됐다는 평가까지 나와 두산로보틱스가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잠잠해진 공모주 투자 열풍을 재점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21~22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실시해 다음 달 5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총 1620만 주(4212억 원)를 공모하는 두산로보틱스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체 물량의 25%(405만 주·1053억 원) 정도를 배정한다. 21일까지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한 물량(20%)에 대한 청약을 마친 후 실권주가 발생하면 이를 기관투자가(55%)와 일반 투자자에게 일정 비율로 나누어 분배한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키움증권(039490), 신영증권, 하나증권 등 청약 주관을 맡은 7개 증권사들은 두산로보틱스 청약에 ‘뭉칫돈’이 몰릴 것으로 기대하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투 관계자는 “본점 영업부에 청약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21일 첫날 경쟁률을 보고 어느 증권사를 택할지 정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 관계자도 “청약 전날(20일)까지 영업점에서 계좌를 개설하지 못한 경우 공모주 청약 기간에 비대면 개설 및 청약이 가능하다고 안내 중”이라고 전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불황과 박스권 장세 속에서 오히려 두산로보틱스 같은 우량 공모주가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낼 창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증시에 입성해 로봇 대장주로 자리한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와 비교하면 두산로보틱스가 저평가돼 있다는 게 주된 근거다.
2021년 2월 공모가 1만 원으로 증시에 입성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날 17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로보틱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237억 원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69억 원)의 3배가 넘는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이 3조 3574억 원인 데 비해 공모가 기준 두산로보틱스 시총은 1조 6853억 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이 두산로보틱스의 주가 우상향을 점치는 이유다. 실제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 당시 주문한 물량의 57.3%가 공모가 희망 범위(2만 1000~2만 6000원) 상단을 초과하기도 했다.
2차전지·반도체 등이 증시 주도주 자리에서 이탈한 상황이라 로봇 관련 상장 예정 기업만큼 여유 자금을 베팅하기 좋은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18일 50조 14억 원으로 집계됐다.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남겨 둔 증시 대기성 자금이다.
국내 증시를 11거래일 연속 순매도(2조 3400억 원) 중인 외국인들도 로봇주만큼은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1070억 원 순매수했다. 산업용 로봇 국내 1위인 현대로보틱스를 자회사로 둔 HD현대(267250)는 410억 원을 순매수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로봇에 대한 기업 투자가 계속되고 정부의 정책 지원 계획도 추가로 나와 하반기 증시의 주도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