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확정 여파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각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우려가 한국 증시에서만 유독 ‘패닉 셀’로 이어지자 정부가 서둘러 유동성 지원에 나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4% 떨어진 2417.08에 장을 마쳐 지난해 11월 1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는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했던 올 8월 5일 때보다 더 낮은 수치다. 코스닥도 2.94% 떨어지면서 지난해 1월 6일 이후 가장 낮은 689.65로 마감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잇단 투매 속에 삼성전자(5만 600원)는 또 다시 4.53%나 급락하면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4만 원대 주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2년 만에 1410원까지 넘어섰다가 1406.6원에 겨우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가 받은 충격은 전날 미국 나스닥(-0.09%)은 물론 일본 닛케이(-1.66%), 중국 상하이종합(0.51%) 등 다른 국가 주요 지수보다도 훨씬 큰 수준이었다. 반도체·2차전지 등 한국 주력 산업의 미국 밀착도가 다른 나라보다 커 트럼프 당선인 정책의 악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시장 혼란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비롯한 최대 37조 6000억 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금융현안회의(F4)를 하루 앞당겨 14일 개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022년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레고랜드) 사태 때처럼 선제적으로 안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로 시장을 방치하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그간의 노력도 공염불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더 늘려야 밸류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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