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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美 반도체 투자비 3조 껑충…환율 쇼크에 韓 1분기 역성장할 수도

■벼랑끝 몰린 경제 초비상

철강·석화 등 원가 10% 더 들어

항공도 외화평가손 수천억 노출

은행은 中企 부실 여부에 촉각

한은 33조 유동성 공급 역부족

韓신인도 '이머징 마켓' 추락 우려

27일 서울 명동 환전소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외환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패닉셀링(공포 투매)’이 나타나면서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인 1500원대를 바라보게 됐다. 대외 전문가들은 초고환율 흐름이 이어질 경우 한국의 주력 수출 분야인 전자 부문은 물론 석유화학·항공·금융 등 전 분야에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1분기 역성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데다 한국 금융시장이 ‘이머징 마켓’으로 추락해 대외 신인도가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27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67.5원으로 출발한 뒤 1470원과 1480원을 차례로 뛰어넘으며 오전 11시 34분께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연말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정국이 불안하자 외국인의 원화 패닉셀링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후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은 1470원대로 떨어진 뒤 1460원대에서 마감했다. 이날 주간 거래 변동 폭은 21.2원에 달했다.

외환시장이 이날 새벽부터 불안한 양상을 보이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이후 총 4차례에 걸쳐 33조 6000억 원의 단기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정국 불안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을 맞고 있다. 허인 가톨릭대 교수는 “원래도 한국 외환시장의 환율 민감도가 크긴 했지만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면서 “달러 매도 개입은 환율조작국 지정과도 상관없으니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짚었다.



초고환율 공포는 기업 실적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를 들여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원·달러 환율을 1300원으로 가정했을 때 비용은 약 22조 원이지만 1500원으로 오르게 되면 25조 원으로 3조 원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SK하이닉스 역시 39억 달러(약 5조 7443억 원)를 투자해 미국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투자에 맞춰 공장 인근에서 생산 공장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석유화학 업계는 환율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같은 양만큼 원자재를 들여와도 평소보다 10% 더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환율이 폭등하기 전인 11월 국내 열연코일 제조원가는 톤당 70만 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73만 원 선을 웃돌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도 더 큰 원가 부담을 짊어지며 실적이 기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사들은 나프타를 수입해 열분해 과정을 거쳐 에틸렌·프로필렌·합성수지 등을 생산한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대표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가 이미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항공 업계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대한항공은 외화부채로 인해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330억 원의 외화평가손해가 발생한다. 이달 70원 가까이 급등한 환율을 반영하면 2300억 원 이상 비용이 늘어날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북미 진출을 가속화 중인 게임 업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인건비와 로열티 지급 등이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출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원료 의약품 자급률이 지난해 기준 25.4%로 낮은 국내 제약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기업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인도산 원료 의약품을 구매할 때 모두 달러를 사용한다.

은행권도 고환율에 따른 내수 경기 침체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거래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비상 태세를 유지 중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은행의 자본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환율 변동이 장기화될 경우 해외투자 부문에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 출시될 신규 스마트폰 가격이 부품 비용 부담 등으로 인상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기업들의 경영 상황 악화가 현실화하면서 내년 1분기 역성장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와 원·달러 환율 급등세 등이 소비 및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곤두박질시켰다”고 설명했다.

한국 금융시장이 이머징 마켓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대외 신인도 저하 우려도 제기된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의 투자 신뢰도가 꺾이게 되면 한국 시장이 동남아 시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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