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동시에 출렁이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장 분위기를 살펴보던 외국인이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90포인트(1.02%) 내린 2404.77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2388.33까지 급락했다가 간신히 2400을 사수했다. 코스닥지수도 9.67포인트(1.43%) 내린 655.97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이 2146억 원 순매수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733억 원, 1140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올 거래일을 단 하루 남겨놓고 코스피지수가 1% 넘게 급락하면서 6개월 연속 하락은 사실상 확정됐다. 30일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말(2455.91) 수준을 넘기려면 하루 만에 2.12%(51.14포인트)나 올라야 한다. 그동안 월간 기준으로 6개월 연속 주가가 하락한 것은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때인 2000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1월 역대 두 번뿐이다.
정치권이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코스닥 합산으로 3조 2191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 역시 1조 1088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한국을 떠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에 다시 투자하려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뚜렷하게 나타나거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돼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외국인투자가들이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계엄 선포 이후 시장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기관투자가마저 정치 불안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자 한국 증시에서 손을 떼고 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기관들은 통상 연말에는 국내 증시 비중을 유지하려고 매수하는데 환매 요청이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도하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압도적 원인인 만큼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 결국 국내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